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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나의 전처 공작부인

나의 전처 공작부인
  • 저자로버트 브라우닝
  • 출판사글과글사이
  • 출판년2017-11-02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8-04-03)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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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글과글사이 세계문학 영미시선집 시리즈 033 |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이 후세에 남긴 시들에서 엿보이는 그만의 변별적 특징을 꼽자면 단연 극적독백(Dramatic monologue)이다. 극적독백은 상대방을 의식하면서 독백하는 등장인물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상태를 극적으로 묘사하는 시의 한 유형이다. 다시 말해서, 화자의 독백을 통해 인물의 성격, 행동 및 내면세계의 갈등 등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독특하고 객관적인 형태의 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리포 리피 신부(Fra Lippo Lippi)》, 《안드레아 델 사르토 (Andrea del Sarto)》(1855) 등의 명작이 이러한 극적 독백의 수법으로 창작된 작품들이다. 그 외에도 1868∼1869년에는 2만 행이 넘는 대작 《반지와 책 (The Ring and the Book)》을 완성하였다. 현대시의 거두 엘리엇(T. S. Eliot, 1888-1965)의 유명한 시들이 대부분 극적독백 또는 내면독백의 형식을 따르고 있음을 감안하면 브라우닝이 현대시에 미친 영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로버트 브라우닝은 19세기 낭만주의 시와 20세기 모더니즘 시의 특징들을 동시에 아우르며 둘 사이의 간극을 이어주는 일종의 다리 같은 시인이었다. 모더니즘 문학의 발전에 빛과 소금 같은 역할을 한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 1885-1972)는 그런 브라우닝을 가리켜 “현대시의 아버지”라고 칭송하였다.



    제33권 로버트 브라우닝 시선 《나의 전처 공작부인(My Last Duchess)》은 표제로 삼은 〈나의 전처 공작부인〉을 비롯하여 27편의 시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영어 원문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극적 독백(Dramatic Monologue)의 시인,

    “현대시의 아버지” 로버트 브라우닝





    한밤의 밀회(Meeting at Night)



    잿빛 바다와 길게 뻗은 검은 육지,

    커다라니 낮게 걸린 노란 반달.

    뱃머리를 밀며 작은 만(灣)에 닿아

    질척한 모래 속으로 속도를 죽일 때,

    잠에서 깨어 작은 불-방울 튕기며

    팔딱거리는 깜짝 놀란 작은 파도들.



    그 후 갯내 훅 풍기는 오 리 해변,

    세 밭을 지나 나타나는 농가 한 채.

    창문 똑똑, 끼익 긁히는 날카로운 소리,

    이윽고 불붙은 성냥의 푸른 불꽃,

    기뻐서 또 두려워서, 숨죽인 목소리,

    끌어안고 두근대는 두 심장 소리보다 낮아라!



    The grey sea and the long black land;

    And the yellow half-moon large and low;

    And the startled little waves that leap

    In fiery ringlets from their sleep,

    As I gain the cove with pushing prow,

    And quench its speed i' the slushy sand.



    Then a mile of warm sea-scented beach;

    Three fields to cross till a farm appears;

    A tap at the pane, the quick sharp scratch

    And blue spurt of a lighted match,

    And a voice less loud, thro' its joys and fears,

    Than the two hearts beating each to each!





    나의 전처 공작부인(My Last Duchess) 일부



    그녀가 사내들한테 감사하다더군―아무렴!

    그런데 왠지―나도 잘은 모르겠네만―마치 구백 년 오랜

    명성을 이어온 나의 선물도 변변찮은 작자의 선물과

    똑같은 양 감사하더란 말이지. 이런 하찮은 일을

    누가 구차스레 나무라겠나? 말재주를 타고난

    사람이라면―나야 아니네만―그리 처신하는 이에게

    자기 마음을 아주 분명하게 밝히며, “당신의 바로

    이런저런 점이 못마땅하오. 이런 점은 아쉽고,

    저런 점은 도가 지나치오”, 하겠지만―하여 혹시라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자기 생각을 솔직히

    내세우며 대들지 않고, 진심으로, 사과한들―

    그마저도 구차스러운 일. 해서 난 절대 구차하게

    살지 않기로 했지. 아, 선생, 내가 지나칠 때도, 물론,

    한결같이 미소를 보내주었네. 한데 지나치는 누군들

    같은 미소를 못 받았겠나? 이게 심해지자, 내가 명을 내렸지.

    그러자 모든 미소가 싹 가시더군.



    She thanked men?good! but thanked

    Somehow?I know not how?as if she ranked

    My gift of a nine-hundred-years-old name

    With anybody’s gift. Who’d stoop to blame

    This sort of trifling? Even had you skill

    In speech?which I have not?to make your will

    Quite clear to such an one, and say, “Just this

    Or that in you disgusts me; here you miss,

    Or there exceed the mark”?and if she let

    Herself be lessoned so, nor plainly set

    Her wits to yours, forsooth, and made excuse?

    E’en then would be some stooping; and I choose

    Never to stoop. Oh, sir, she smiled, no doubt,

    Whene’er I passed her; but who passed without

    Much the same smile? This grew; I gave commands;

    Then all smiles stopped together.





    포피리어의 연인(Porphyria's Lover)



    그 순간만큼은 그녀는 내 것이었어, 곱고,

    완전 순결하고 착한 내 여자. 마침

    할 일이 생각나, 그녀의 머리카락을

    기다란 한 가닥 노란 끈처럼 모아서

    그 귀여운 목을 세 번 칭칭 감고는,

    졸랐지.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더군.

    분명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았어.

    마치 꿀벌을 품고 닫혀버린 꽃봉오리 같은,

    그녀의 눈꺼풀을 조심스레 열었지. 다시

    티 하나 없이 맑은 푸른 눈이 웃음 짓더군.

    그다음에는, 그녀의 목을 감고 있던

    머리 타래를 풀었지. 내 불타는 키스에

    그녀의 뺨이 다시 한 번 발그레 붉어지더군.

    난 전처럼 그녀의 머리를 떠받쳤지.

    다만, 이번에는 내 어깨에 얹힌 채로

    그녀의 머리가 꼼짝없이 늘어져 있었지.



    That moment she was mine, mine, fair,

    Perfectly pure and good: I found

    A thing to do, and all her hair

    In one long yellow string I wound

    Three times her little throat around,

    And strangled her. No pain felt she;

    I am quite sure she felt no pain.

    As a shut bud that holds a bee,

    I warily oped her lids: again

    Laughed the blue eyes without a stain.

    And I untightened next the tress

    About her neck; her cheek once more

    Blushed bright beneath my burning kiss:

    I propped her head up as before,

    Only, this time my shoulder bore

    Her head, which droops upon it still: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에게: 레이턴의 한 그림

    (Eurydice To Orpheus: A Picture By Leighton)



    그냥 내게 다 줘요, 그 입, 그 눈, 그 이마도!

    그것들로 다시 한 번 나를 빨아들여요! 한 번의 눈길로

    이제 나를 영원히 감싸, 그 눈빛을 벗어나지 않게

    해 줘요, 그 너머에 어둠이 있지만

    그 불멸의 눈길 한 번으로 나를 다시

    꼭 껴안아 묶어 주세요! 지나간 온갖 고통이

    잊히고, 혹시 생길 온갖 공포도 저지될

    거예요―내겐 과거도, 미래도 필요 없으니: 나를 봐요!



    But give them me, the mouth, the eyes, the brow!

    Let them once more absorb me! One look now

    Will lap me round forever, not to pass

    Out of its light, though darkness lie beyond:

    Hold me but safe again within the bond

    Of one immortal look! All woe that was,

    Forgotten, and all terror that may be,

    Defied,?no past is mine, no future: look at me!





    1845년 5월, 브라우닝은 엘리자베스 배릿(Elizabeth Barret Browning, 1806-1861)을 만난다. 엘리자베스는 브라우닝보다 여섯 살 연상의 유명한 여성 작가로, 두 시인의 연애 과정과 결혼 이야기는 영문학뿐 아니라 유럽 문학사, 세계문학사에서도 아름다운 로맨스로 꼽힌다. 그러나 이 두 남녀의 만남은 얼굴보다는 먼저 시와 편지를 통해서였다. 엘리자베스가 1844년에 출간한 《시집》(Poems)에서 브라우닝을 칭송하였고, 그 시집을 우연히 발견한 브라우닝이 그녀의 작품들을 읽고는 사랑에 빠져서 그녀에게 곧장 구애의 편지를 띄운다. 그리고 마침내 둘 사이에 수많은 편지-시가 오가며 오랜 사랑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열다섯 살에 낙마사고로 척추를 다치고 가슴 동맥까지 터지는 바람에 거의 반불구의 몸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던 엘리자베스로서는 브라우닝의 마음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브라우닝의 끈질긴 구애가 이어졌고, 그의 진실한 마음에 감동한 엘리자베스도 아버지의 완강한 결혼반대를 무릅쓰고 비밀리에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 다음에 이탈리아로 도피하는 모험까지 감행한다.

    자상한 남편의 보살핌과 이탈리아의 온화한 기후 때문인지 배릿 브라우닝의 건강은 사랑의 기적처럼 좋아졌으며, 그녀가 1861년 6월 29일에 사망할 때까지, 브라우닝 부부는 아들 펜(Penn Browning, 1849-1912)을 낳아 기르며, 피사, 베니스 등지에서 15년간 아주 행복하게 살았다. 로버트 브라우닝에게 명성을 안긴 그의 대표 시집 《남과 여》(Men and Women, 1855)가 나온 시기도, 배릿 브라우닝이 임종 직전에 남편한테 남겼다는 마지막 말처럼, 이탈리아에서 보낸 이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 옮겨 엮은이의 〈로버트 브라우닝의 삶과 문학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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