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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 저자신시아 바넷
  • 출판사21세기북스
  • 출판년2017-08-21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8-04-03)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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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문화·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



    ** 2015 보스턴글로브 선정 최고의 책 **

    ** 2016 PEN/에드워드 윌슨 과학저술상 최종후보작 **

    ** 2016 전미도서상 노미네이트 **

    ** JP 모건 선정 슈퍼리치를 위한 휴가철 필독서 **



    지구와 인류의 가장 오랜 동반자,

    비가 들려주는 신비롭고 우아하며 경이로운 이야기!

    비의 인류학적?과학적?문화적 역사를 한눈에 돌아보다



    이 책은 비가 처음 기록된 원시시대에서부터 중세와 근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비의 기원과 문명의 시작, 강우에 얽힌 과학적 사건사고, 기상학과 일기예보의 역사, 비의 서정성이 문화와 예술 영역에 준 영향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흥미롭고 매혹적인 비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플로리다 주에서 나고 자라 약 25년 동안 과학·환경 분야의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저자 신시아 바넷에게 자연과 날씨는 항상 저자의 작품 속에서 중요한 영감을 주는 존재로 작용했다. 게다가 이번 책을 포함하여 펴내는 작품마다 ‘물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저널리스트의 치밀한 면모뿐만 아니라 역사가다운 집요함, 언어의 묘미를 발굴하는 작가적 상상력에 환경 연구자로서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통해 누구나 읽기 쉬운 친절한 과학이야기로 완성시켰다.

    일례로 레인코트의 발명 비화와 비의 향기를 담은 인도 향수 이야기, 비를 사랑한 예술가들과 역사적 인물들의 사연, 성경 속 노아의 방주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과학적 발견, 일기예보의 역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비를 싫어하던 사람이라도 어느 샌가 타임머신을 타고 인류의 역사적 순간을 탐험하는 순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평소 교양과학 도서를 즐겨 읽는 독자라면 좀 더 행운아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 현상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길 좋아하는 독자, 지구와 생명에 대한 애정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은 ‘비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약 40억 년 전 초속 8미터로 지구에 불시착한 이후 지금까지 동반자가 되어준 생명의 근원, 비. 이 책을 통해 과학?역사?인류학?지리학 그리고 문화와 예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씨줄과 날줄로 얽히고설킨 비의 연대기 속으로 떠나보자.



    그동안 우리는 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빗방울의 모양을 예로 들어보자. 사람들은 대개 빗방울이 수도꼭지에 매달린 물방울처럼 위쪽 끝이 뾰족하고 아래쪽은 둥근 모양으로 떨어지리라 상상한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실상 빗방울은 작은 낙하산 모양으로 떨어진다. 아래쪽이 아니라 위쪽이 둥근 모양이다. 이는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아랫부분이 대기로부터 압력을 받아 빗방울 아래쪽이 불안정해지며 찌그러지기 때문이다.

    맑고 푸른 하늘이 폭풍우 덕분이라는 것은 아는지? 비는 하늘을 청소하는 투명한 광택제다. 폭풍우가 미세먼지와 오염물질들을 다 휩쓸어가는 덕에 우리는 여전히 청명한 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그렇다. 우리는 비에 관해 가장 기초적인 것조차 잘 모른다. 심지어 무엇을 모르는지도 몰라서 질문조차 할 수 없다. 이 책은 그런 우리가 제대로 질문할 수 있게 돕는다.





    우주를 건너 마침내 지구에 도착하다,

    비가 진화시킨 인류의 역사



    SF 소설가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는 연작 단편집 『화성연대기The Martian Chronicles』에서 화성에 대기가 존재하며 종종 비가 내리고 따스한 바다도 있다고 묘사했다. 브래드버리의 못 말리는 상상력은 비록 냉철한 정통파 SF독자들로부터 질타를 받긴 했지만, 그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소설가였다. 바로 생명과 생명의 진화에는 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태초에 화성, 금성, 지구 모두 물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구만이 생명을 가진 행성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지구에만’ 비가 왔기 때문이다. 46억 년 전, 갓 태어난 지구는 현재의 태양보다도 뜨거운 존재였다. ‘갓난아이’ 지구는 그 열기가 식은 뒤에야 최초의 비를 맞이할 수 있었다. 그때 수천 년간 지구에 쏟아진 폭우 덕분에 대기와 바다가 생겨났고, 물을 행성 안에 보유할 수 있었다. 물의 행성 지구에는 곧 생명이 태동했다. 그다음부터는 우리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룡, 포유류,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크로마뇽인. 바로 우리의 조상인 현세 인류가 비를 주룩주룩 맞으며 역사 속에 등장한다.





    비의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



    비와 인간의 친밀성은 문명과 농업의 필요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비는 많이 와도 탈, 적게 와도 탈이었다. 오래도록 지나치게 비가 많이 오면 페스트 등의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고, 반대로 오래도록 지나치게 비가 오지 않으면 굶주림과 절망으로 점철된 나날이 찾아온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비의 소멸만큼 파괴적인 조건은 없다. 인간은 비 때문에 비참해지기도 했지만 결국 비 없이 생존할 수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장마(몬순)는 많은 사람들을 죽이기도 하지만, 장마가 오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

    또한 비는 인류를 진화시켜왔다. 선사시대에 인류의 조상들은 변덕스러운 비를 쫓는 방법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뇌의 용량을 키우도록 진화했다. 가뭄이나 폭풍우에도 살아남으려면 머리가 좋아야만 했다. 인류의 사촌 네안데르탈인은 추위에는 강했지만 비에 적응할 수 없어서 멸종하고 말았다. 비에 잘 적응한 크로마뇽인이 살아남아 우리 인류의 조상이 되었다. 때마침 홀로세(Holocene, 약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지질시대)가 시작되어 비교적 안정적인 기후가 장기화되면서 인류는 성공적으로 지구를 장악할 수 있었다.

    진화의 또 다른 증거는 일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목욕을 할 때마다 손가락에 생기는 주름이다. 오래전 우리의 선조들은 열대우림에서 장대비를 맞으며 사냥을 했을 것이기 때문에, 비에 젖은 채 도구를 꽉 잡으려면 손가락 피부에 주름(마치 타이어의 홈처럼)이 생기도록 진화되는 편이 유리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비는 사람들의 신앙심까지 지배했다



    비는 인류의 문명을 태동시켰을 뿐만 아니라 종교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의 일신론은 모두 중동의 사막에서 생겨났다. 일부 역사가들은 이 건조한 땅에서 하늘을 쳐다보며 소나기를 기원하는 농민에게서 일신교의 뿌리를 찾는다. 반면 다신교는 대부분 비가 흠뻑 내리는 몬순 지대에서 탄생했다. 지구과학자 피터 클리프트Peter Clift의 추정은 다음과 같다.

    “사막이라는 황무지에서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이런 경우 신성한 존재가 무無로부터 생명을 창조했으며 적절한 때가 도래해 최후의 심판일이 오면 시간도 생명도 끝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반면 여름 몬순의 영향하에서 등장한 밀림지대에서는 도처에 생명이 넘쳐난다. 열대우림에서는 탄생과 삶과 죽음의 순환이 끊임없으므로 창조의 시작이나 종말을 강조하지 않는 신학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비는 인간의 신앙심을 충동질했다.





    비로 인한 천재지변이 인류에 미친 영향



    마녀재판은 또 어떤가? 중세의 마녀재판은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장기간의 가뭄 혹은 폭풍우 같은 천재지변이 지나간 자리에 싹트는 분노의 배출구였다. 당시 마녀재판에 회부된 이들은 갖가지 고문을 당하거나, 목 졸려 죽거나 교수형 또는 화형을 당했다. 1560~1660년에 유럽을 괴롭혔던 극악한 폭우와 눈, 혹한, 홍수, 작황 실패, 질병, 불임, 가축 전염병과 그 밖의 불행을 몰고 왔다는 이유에서였다. 최악의 마녀재판들은 수십 년 동안의 최악의 소빙기小氷期와 궤를 같이한다.

    천재지변 중에서도 성경에 나오는 홍수 이야기는 좀 특별한 사례다. 노아가 방주를 짓는다는 이 홍수 설화는 유대인 이전의 여러 다른 문명권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현대 문명이 내놓는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와 비, 폭풍우 및 홍수의 증가를 비롯한 기상이변의 원인이라는 데 회의적인 시각을 지닌 사람들은 이 설화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홍수 설화가 던져주는 교훈 속에는 분명 하늘의 사전 경고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포함되어 있다. 방주를 지었던 노아와 다른 영웅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경고는 험난한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가 해온 일이기도 하다.





    대니얼 디포부터 슈퍼컴퓨터 빅테이터까지

    일기예보의 선구자들과 오늘날의 기상학



    오늘날 일기예보는 TV뉴스 끝에 빠지지 않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독자들은 아마 뜻밖의 인물이 일기예보 시스템에 공헌했음을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바로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의 작가 대니얼 디포Daniel Defoe가 그 주인공이다.





    기상 전문 취재기자 대니얼 디포



    1703년 11월, 영국에 전무후무한 엄청난 폭풍이 전국을 강타했다. 가난한 시인이었던 디포는 이 천재지변을 다룬 논픽션 『폭풍The Storm』을 통해 독자들에게 폭풍을 설명하려고 애썼다. 그는 직접 관찰한 바를 상세히 기록했고 목격자들과 인터뷰를 했으며, 끔찍한 현장의 정보를 수집하러 나섰다. 디포는 템스 강변으로 나가 바람에 쓸려 뒤엉켜 있는 700여 채의 선박에 대해 전하며 무려 8,0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추산했다. 디포의 윤리적 성찰과 성경의 인용구와 기압계 측정치와 형이상학적 논지의 배후에 당시 갓 등장했던 대기과학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답을 찾고 독자들에게 조언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디포가 이루어낸 것은 최초의 근대적 저널리즘 이상이었다. 그는 최초의 근대적 기상예보를 내보낸 것이다. 후일 디포는 무인도 표류자를 다룬 소설『로빈슨 크루소』로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되고, 오늘날 영국인들은 이 표류자에게 바치는 경의의 표시로 우산을 ‘로빈슨’이라고 부른다.





    비의 아버지들



    거의 모든 대기과학자, 기상학자 그리고 기상예보관들은 어릴 적 비에 심취했거나 혹은 날씨와 관련된 생생한 추억을 갖고 있다. 영국에서 ‘비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지 제임스 시먼스George James Symons도 마찬가지였다. 1838년 런던에서 태어난 시먼스는 “아주 어릴 때부터 정기적으로 날씨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과학사가들은 그가 비에 집착했던 원인을 1850년대 잉글랜드의 극심한 가뭄에서 찾는다. 이 어린 관찰자는 대기가 메말라가는 것이 분명 슬펐을 것이다. 스물한 살이었던 시먼스는 비를 측정하는 하늘 관찰자들의 열혈 조직인 영국강우기구British Rainfall Organisation를 결성하고 데이터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수적인 영국인들은 초창기의 일기예보를 터무니없는 사기극으로 몰아가기 일쑤였다.

    시먼스보다 더한 비극의 주인공도 있다. 최초의 예보 시스템을 만든 시먼스의 상사 로버트 피츠로이Robert Fitzroy는 자신의 예보 이론이 부정당하자, 그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다행히 이런 불행한 사태 뒤에도 시먼스는 평생에 걸쳐 노력하여 근대적 일기예보 시스템을 영국에 정착시키는 데 성공한다.

    미국은 영국에 비해 상황이 훨씬 나은 편이었다. 정부가 먼저 나서서 일기예보의 도입을 촉구했으니 말이다. 전신의 발전으로 예보 시스템은 나날이 향상되었다. 1860년 클리블랜드 애비Cleveland Abbe라는 젊은 천문학자의 헌신으로 일기예보 시스템의 체계가 구축된 후, 미국인들은 현재의 날씨뿐만 아니라 미래의 날씨까지 알게 되었다. 그의 예보 서비스는 큰 인기를 끌었고, 많은 인명을 구했다.





    오늘의 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20세기에 인기를 끈 최초의 라디오 기상예보관은 지미 피들러Jimmy Fiddler였다. 그는 1940년 최초의 TV방송국이 생기자, 과감하게 이직하여 최초의 TV기상예보관이 되었다. 한편 뉴욕시 최초의 TV기상예보관은 더 과감했다. 1941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어린 양 ‘울리 램Wooly Lamb’은 최초의 애니메이션 기상예보관으로 활동했는데, 예보의 각 부분을 노래로 소개했다. “더울까, 추울까, 비가 올까, 맑을까, 아님 뒤죽박죽일까. 보타니(스폰서를 맡은 넥타이 회사)의 울리 램이 내일의 날씨를 전해드립니다.”라는 가사로 말이다. 울리의 일기예보는 7년 동안이나 방영되었다.





    어쩌면 조선 최초의 기상과학자, 세종대왕



    저 멀리 동양의 조선에서도 날씨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강우량을 측정하는 세계 최초의 측우기는 세종대왕이 조선을 다스리던 1441년에 제작되었다. 잘 알려진 대로 세종대왕은 과학을 매우 중시했는데, 가뭄에 취약한 땅에서 식량 증산에 도움이 되는 농업기술에 대한 관심이 특히 많았다. 측우기가 제작되자, 이듬해 한양과 조선 전역의 군현郡縣에 설치하고 강우량을 측정하여 중앙으로 보고하게 했다. 이 보고에는 비바람이 지나간 후 나무뿌리와 토양의 수분량에 대한 검사도 포함되었다. 최초의 우량계雨量計가 동양에서 발명된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당시 유럽에서는 여전히 자연 재난에 대한 희생양으로 여성들을 ‘마녀’라 부르며 합법적으로 처형하고 있었고, 과학자들은 종교재판소에 불려 다니는 것이 일상이었으니 말이다.





    ‘매번 틀리는’ 일기예보? 그래도 빅테이터는 필요하다



    매일 전 지구상의 정보 수십억 건을 처리하는 슈퍼컴퓨터의 빅데이터가 존재하는 시대에도 비를 예측하기란 정말 어렵다.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 레이더, 수천 곳의 관측소에 설치된 지상 감지기, 바다에 떠 있는 수천 개의 부표와 선박, 항공 기상 추적기 그리고 1,000개의 기상관측 풍선까지 모두 빅데이터를 만드는 자료들이다. 특히 기상관측 풍선은 전 세계의 각 거점에서 매일 아침과 오후에 대기 중으로 떠올라 기상정보를 수집한다. 그런데도 비를 예측하는 일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일기예보는 여전히 종종 틀리기도 하며 우리는 그럴 때마다 ‘일기예보가 저렇지 뭐’ 하고 투덜거리는데, 이건 몇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츠로이의 ‘예보’와 애비의 ‘일기예보’ 이후 일기예보와 경보로 구한 목숨이 정확히 몇 백만 명이나 되는지는 추정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지구 역사상 가장 부지런한 뮤즈’,

    비와 예술 그리고 발명품에 얽힌 이야기



    비는 우리에게 생명만 선물한 것이 아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당연한 듯 누리는 많은 것들이 지구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빛을 보지 못했을 소중한 발명품이다.





    고어텍스의 조상, ‘매킨토시’ 레인코트



    비는 레인코트를 발명했다. ‘매킨토시’는 애플컴퓨터의 브랜드명이기도 하지만 영국에서는 훨씬 전부터 ‘비옷’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바로 최초의 방수 레인코트를 만든 찰스 매킨토시Charles Macintosh의 이름을 딴 것이다. 비가 많이 오며 칙칙하고 습한 스코틀랜드의 기후는 매킨토시가 오랜 시간 집념을 발휘하여 방수기능을 갖춘 직물을 발명하는 데 큰 영감을 주었다. 방수가 되는 고무 재질의 초기 레인코트는 놀랍게도 강가의 악취 나는 암모니아 침전물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매킨토시는 이 ‘슬러지sludge’에서 나프타naphtha라는 인화성 액체를 추출한 뒤, 몇 단계의 후처리를 거쳐 방수 화합물을 만들어냈으며, 이를 두 장의 천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워넣어 최초의 방수 이중직물을 탄생시켰다. 방수복의 전통은 고어텍스 의류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비의 양과 작가적 상상력은 비례한다



    또한 비는 부지런한 뮤즈다.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셀 수 없이 많은 문화·예술의 작품들이 비에게 빚을 졌다. 수많은 소설, 시, 영화, 음악, 춤 등이 비에 영감을 얻어 탄생되었다.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1952)는 또 어떤가. 고전 영화 마니아가 아니라 하더라도, 영화 사상 가장 유명한 빗속 장면으로 이 영화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주인공 록우드(진 켈리Gene Kelly)가 여주인공 캐시(데비 레이놀즈Debby Reynolds)를 떠올리면서 혼자 흥에 겨워 하늘에서 양동이를 퍼붓듯이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으며 탭 탠스를 추고 노래하는 장면 덕분이다.

    메리 셸리Mary Shelley가 쓴 공포소설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은 화산폭발로 인해 유럽에 ‘여름이 없던 해’에 서늘하고 추운 스위스에서 탄생했으며, SF 소설가 레이 브래드버리는 작품 속에서 금성이든 화성이든 주구장창 비가 내리는 외계 행성을 묘사하길 좋아했다. 뿐만 아니라 토머스 하디,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걸출한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비는 때로는 아늑하게, 때로는 불편하게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유능한 플롯으로 활약했다.





    비의 향기까지 붙잡은 사람들



    비에 대한 인간의 집착 혹은 애정은 심지어 비의 향기도 붙잡았다. 몬순 기후가 강한 인도 카나우지Kannauj 지방에서는 ‘미티 아타르(mitti attar, 흙의 향기)’라는 이름으로 ‘비 향기’를 담아 향수를 만들었는데, 비가 오기 직전의 풋풋한 흙 내음을 떠올리게 하는 이 제품은 인도 사람들에게는 고향땅을 떠올리게 할 만큼 사실적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비의 향’이 나는 비누, 샴푸, 데오도런트, 주방세제, 섬유 유연제, 심지어 변기솔까지 판매되고 있다. 비는 이렇게 내리는 걸 ‘보거나’ 피부에 닿을 때 ‘느끼거나’ 혹은 물로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향기로도 우리 가까이에 있다.





    비는 인류가 인류를 위해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

    지금 우리에겐 ‘물의 윤리’가 필요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자연과의 만남 가운데 최후로 남은 길들여지지 않은 것 중 하나가 비와의 만남이다. 도시 근교뿐 아니라 심지어 도심까지도 야생 그대로의 모습으로 변모시키는 비와의 조우를 통해, 사분오열되어 있던 인류는 다시 하나가 된다. 같은 종의 인간들과 함께 공사장 가건물 아래 옹송그리고 서서 비를 피하는 동안, 우리는 비를 추억하고 비의 신비에 경탄한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를 달뜨게도 하고 난감하게도 하는 생명의 비를 벗어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표토가 먼지로 변할 때, 샘이 메말라 사라져버릴 때, 개구리가 울음을 멈출 때, 말라붙은 호수에서 물고기들이 눈구멍이 휑해지도록 썩어갈 때, 옥수수가 알알이 줄기 위에서 새까맣게 시들어갈 때, 살찐 소가 뼈만 남아 앙상해질 때, 텍사스를 뒤덮었던 5억 그루의 나무가 죽어갈 때, 산불이 호주를 활활 태울 때, 상상 못할 기아가 북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져나갈 때 비는 더없는 축복이다.

    『비』는 과학을 뒷배로 삼은 개발과 확장의 닳고 닳은 이념들이 세계를 접수하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은 한 여성의 꼼꼼하고 애정 어린 탐구의 기록인 동시에 고발이자, ‘물의 윤리water ethics’를 촉구하는 진심 어린 탄원이다.

    저자가 말하는 ‘물의 윤리’란 미래 세대도 써야 할 지구의 자원을 위험하게 하지 않는 방식으로 오늘을 살아야 한다는 것, 더 구체적으로는 물 사용과 오염을 줄이는 것,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어렵지 않은 방법들을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윤리는 물을 아끼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바탕으로 한 실천이어야 하므로 지역사회 전체가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이를 진행하려면 구성원들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철학과 윤리의 뒷받침, 인식과 정서의 자연스러운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살충제가 파괴한 생태계에 대한 고발로 환경사와 환경운동의 한 획을 그었던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개발이란 화두를 던짐으로써 플로리다 남부의 급속한 도시화로 회복 불가능할 만큼 파괴된 에버글레이즈 습지 되살리기의 단초를 마련했던 마저리 스톤먼 더글러스Marjory stoneman Douglas의 『에버글레이즈 습지: 초원 위를 흐르는 강The Everglades: River of Grass』의 계보를 잇는다.

    동시에 이 책은 비에 바치는 찬가이기도 하다. 비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열렬히 구애를 던진다는 점에서 여타 과학서와는 확연하게 다른 면모를 지닌다. 비구름을 동경하는 사람들, 봄비를 반가워해 본 적이 있거나 가뭄에 애태워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 책에 흠뻑 빠질 것이다. 또한 지구와 생명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는 지구에 떨어지는 물질을 주제로 이토록 지적이고 품위 넘치는 글을 만나는 경험은 그야말로 커다란 행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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