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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저자류동민
  • 출판사코난북스
  • 출판년2016-07-20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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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이라는 우리 삶의 운영 체제, 그 정치경제학

    무엇이 이 도시를 만들었고, 이 도시는 우리 삶을 어디로 끌고 가는가




    서울의 하루는 다른 곳의 하루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살아낼 수 있는 시간이다. 서울의 일 제곱킬로미터는 다른 곳의 일 제곱킬로미터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어 그만큼 더 빠른 속도로 옮겨 다녀야 겨우 버텨낼 수 있는 공간이다. 압축 성장이 서울을 특별한 도시로 만들었다면, 그 특별함은 다시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로 하여금 특별한 생각과 행동, 실천을 가지게 함으로써 그들의 삶의 방식을 규정해나갈 것이다.

    그러므로 이 도시가 작동하는 원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 수많은 삶을 작동하는 운영 체제(OS)라 할 수 있다. 또 한국사회에서 서울이 가지는 위상에 비추어 서울이라는 운영 체제는 한국사회의 작동 원리라 할 수 있다. 즉 서울의 성취와 서울의 문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까지 고스란히 한국사회, 한국인의 삶을 드러내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바로 이 운영 체제를 정치경제학으로써 포착한 책이다.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에서 정치경제학과 일상,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솜씨 있게 엮었던 충남대 경제학과 류동민 교수가 이를 담았다. 저자 자신을 포함한 삶의 내밀함을 담아냈다는 면에서 인류학이자, 거시적인 체계를 묘파했다는 면에서 정치경제학인 책이다.



    이 책에서는 크게 물신과 배제, 추격과 모방, 능력주의의 신화라는 틀로 서울을 이야기한다. 이 추상적인 개념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 개념들이 누구나의 소비, 주거, 여가, 노동, 종교, 대학, 사교육, 명품 같은 우리 삶의 부분들을 이해하는 도구로 쓰인다. 케인즈, 마르크스, 피케티의 이론들과 역사적 사건들 역시 임대료, 자영업, 재개발 같은 한국사회의 현실을 들추어내 볼 수 있는 주요한 장치가 된다. 이러한 도구와 장치로 저자가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알아서 살아남기’가 생존의 법칙이 된 사회, 능력주의라는 신화가 무너진 시대가 지금 여기 서울이자 한국사회라는 점이다.





    거시적 위험 속에서 미시적 안전을 추구하는 사회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보험과도 같은 생존의 법칙




    전작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에서 저자는 한국경제를 유흥주점에 비유한 바 있다. 이익은 위로 몰리고 위험은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를 가리킨다. 시쳇말로 ‘빨대 꽂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거시적 위험과 불안 속에서 개인은 알아서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는 수밖에 없다. 수많은 CCTV와 블랙박스, 심지어 혈관인식까지 하는 출입시스템 등은 안전에 대한 강박을 상징한다. 아파트의 출입 제한시스템, 미국의 ‘가난한 문(poor door)’ 논란, 사교육, 고시에서 공시로의 변화까지 위험한 요소를 제거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사적인 안전을 추구하는 장치는 수도 없이 많다. 각자 재주껏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방식, 저자는 이를 사보험에 비유한다.

    서구에서 복지국가가 쇠퇴하고 신자유주의적 시장원리로 사회가 재편된 1980년대 이후, 사회경제의 조직 원리가 보험의 원리에서 복권의 원리로 변화했다는 식의 분석이 많이 있다. 저자는 복지국가를 통한 보험의 원리를 경험해본 적이 별로 없는 한국의 능력주의는 오히려 역의 경로, 그러니까 복권에서 보험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보험이란 사회 전체의 안전이 아니라 개인의 안전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점, 결국 본인 스스로 준비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점, 보험료를 납부할 능력이 없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도 없다는 점에서, 비유하자면 사보험에 가깝다는 것이다.





    능력주의라는 신화가 무너진 사회,

    겨우 버티는 삶의 시대가 왔다




    1년 소득이 천만 원을 넘기기도 어려운 개인소득자,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나지만 통근비용으로 그 돈을 고스란히 지불하는 30대, 고시원을 주거공간 삼아 살아가는 저소득층, ‘자기만의 방’이 없어 자는 것 빼고는 모든 것을 해결하는 젊은 세대까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한가지로 내리막 앞에 놓여 있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서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사회적·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혹은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한국사회 시스템을 지탱하는 중요한 이데올로기로 자리해왔다. 능력주의다. 그러나 저자는 조심스럽게 능력주의는 끝났다고 말한다.



    “교육을 통해 질 좋은 노동력 상품을 만들거나 인적자본 투자를 많이 하더라도, 그 수익을 통해 돈을 모아 이너 시티를 벗어나 ‘진짜 서울’로 들어갈 전망이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면? 근대자본주의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큰 이데올로기이자 현실의 축인 능력주의는 깨지고 만다. 사실 능력주의가 깨진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그것을 믿지 않고 환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본의 한계를 드러내는 일일 수 있다. 즉 자본의 진정한 한계는 노동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가 하는 미래학적 호기심의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경제의 정당성, 나아가 민주주의의 기초까지 흔들 수 있는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의 붕괴 가능성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특별한 도시를 살아내는 당신에게 정치경제학이 알려주는 것들



    케인즈의 ‘금리생활자의 안락사’와 임대료, 젠트리피케이션

    케인스는 자본축적이 충분히 이루어지면 금리생활자(rentier)는 서서히 사라져갈 것이라는 이른바 ‘금리생활자의 안락사’라는 명제를 주장한 바 있다. 자본이 많아지면 덜 희소해질 테고 그 대가로 지불하는 금리도 서서히 하락해서 궁극적으로 0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서울에서 렌트는 모든 가격 설정에서 불변의 상수 역할을 해왔다. 값비싼 임대료를 낼 여력이 없어 홍대에서, 가로수길에서 밀려난 자영업자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주거에서도 값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외곽으로 밀려난 노동자들은 통근비용이 낮춰진 임대료를 상쇄하고 만다.



    피케티비율과 불평등의 도시, 서울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불평등도를 측정하기 위한 중요한 지표로 사용하는 부/소득 비율을 한국에 적용하면 대략 7로 추정된다. 연봉 오천만 원을 받는 회사원이라면 그 일곱 배인 삼억 오천만 원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있어야 평균이 되는 셈이다. 저자는 한국사회에서 불평등 정도는 추격 불가능할 만큼 벌어져 있다고 말한다.



    “1970년대 말 대기업 신입사원의 월급은 십만 원가량이었다. 그리고 당시 대치동 은마아파트 삼십 평대의 분양가는 이천만 원 정도였다. 그러니 앞에서 말한 비율은 강남 아파트를 기준으로 할 때 대략 15에서 16이 되었던 셈이다. 그런데 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2014년 8월 현재 서울의 아파트 3.3제곱미터, 즉 한 평당 평균 가격은 1933만 3천 원이다. 대략 평당 이천만 원으로 잡으면 삼십 평짜리 아파트 가격은 평균적으로 육억 원 정도 하는 셈이다. 대기업 신입사원의 연봉을 삼천만 원으로 잡으면 약 이십 년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물론 이것은 서울시 전체 평균이므로 강남 지역에 있는 아파트라면 비율이 그보다 훨씬 높아서 20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마르크스의 시초축적과 강남 개발

    ‘시초축적’이라는 용어는 자본주의 탄생 과정에서 부지런하게 노력한 사람이 부자가 되었을 것임에 틀림없다는 신화적 설명 방식을 가리킨다. 현실이 과연 그럴까. 저자는 남의 재산을 직접적으로 탈취하는 것은 소유권이 확립된 시장경제에서 불가능한 일이지만 도시 전체가 집단적으로 누려야 할 이익이 특정인들에게 귀속된다면, 결국 그것은 착취가 된다고 말한다. “내가 그때 말죽거리에 미나리 밭 몇 백 평만 사놓았어도……”라는 식의 상투적인 푸념은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시초축적이 일어난 메커니즘을 세속적으로 포착해 드러내는 형식이라는 것이다.



    인클로저 운동과 재개발

    산업혁명 전야의 영국에서는 모직물이 비즈니스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지주들은 농사를 짓기보다는 울타리를 치고 양을 키워 모직물의 원료인 양모를 생산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대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마침내 실질적으로는 점유하고 있었으나 법률적으로는 소유권이 없었던 땅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그곳은 양 떼로 채워진다. 16세기 영국의 인클로저 운동이다. 저자는 2009년 1월 발생한 용산 참사가 이 논리를 쏙 빼닮았다고 말한다. 지주에 비유할 수 있는 것은 법대로 집행하려던 국가권력, 재개발로 금전적 이익을 얻으리라고 예상되었던 지주들, 세련된 도시 미관을 만들고 싶었던 정치권력 등이다. 세입자들은 법적으로는 보장되지 않으나 시장원리로 결정되어왔던 ‘권리금’, 장사하며 지내던 공간에 계속 머물고 싶다는 일종의 ‘도시권’을 지키고 싶어 했다. 그러나 저 인클로저 운동 시대의 농민들과 마찬가지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229~230쪽)



    마르크스의 ‘상대적 과잉인구론’과 불안정 노동

    마르크스는 자본축적이 진전됨에 따라 노동력보다는 기계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생산기술이 발전하고 그 결과 노동력은 항상적으로 남아도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상대적 과잉인구론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문제가 되는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이중 유동적 과잉인구는 경기 변동에 따라 경기가 좋을 때는 고용되었다가 경기가 나빠지면 해고되면서 고용과 실업 상태를 되풀이하는 노동자층을 가리킨다. 정체적 과잉인구는 대체로 산업화의 주변부에서 가내공업 등에 존재하는 형태로 자본주의와 전자본주의의 경계에 있는 노동자층을 가리킨다. 그렇지만 이른바 프레카리아트, 즉 불안정 노동자층이 증가하면서 유동적 과잉인구와 정체적 과잉인구를 구분하기는 모호해진다. 기업들은 노동시장을 유연화함으로써 유동적 과잉인구의 상당 부분을 자영업자 혹은 외주 용역업체 인력으로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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